이글루스가 블로그 서비스를 종료하면 어디로 이사 가야 할까?

Subi Song(송민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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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in
9 min readMar 16,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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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사진: UnsplashGalymzhan Abdugalimov

2023년 국내 블로그 플랫폼 비교

최근 이글루스가 20년간 유지했던 블로그 서비스를 접겠다고 한다. 2003년 독립 블로그 서비스로 시작했던 이글루스는 여러 회사를 거쳐왔다. SK커뮤니케이션즈에 인수되었다. 다시 매각되고, 서비스 10년이 되던 2013년에 줌인터넷이 매각하면서 창업자의 품으로 다시 돌아갔다. 그렇게 10년을 더 유지해 오던 서비스였는데 갑작스럽게 서비스 종료 공지를 발표했다. 해당 공지가 올라온 3월 13일부터 일부 기능을 제한하고, 6월 16일에는 서비스를 종료한다. 그리고 서비스 종료되는 시점부터 6개월간 기존 데이터를 백업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어떤 식으로 백업을 지원하는지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이글루스 사용자들의 불안이 더 높다. 오랫동안 양질의 콘텐츠를 운영해 오던 이글루스 블로거들은 이번 공지로 기존 데이터를 어떻게 어디로 옮겨야 할지 고민이 깊다. 비 자발적으로 이글루스를 떠나야 하는 블로거들에게 좋은 이사 가이드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래는 국내 블로그 플랫폼의 특징을 매우 개인적인 의견으로 풀어본 것이다. 뜻하지 않은 이사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

이글루스 블로그 서비스 종료 공지

[공지] 이글루스 서비스 종료 안내
http://ebc.egloos.com/8780

NAVER — 네이버 블로그

이글루스만큼이나 오랫동안 블로그 서비스를 운영하는 대표적인 서비스로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대안이 될 것 같다. 2022년에 ‘주간일기 챌린지’ 진행 덕분에 방치해 두었던 네이버 블로그에 포스팅을 다시 시작한 사람들도, 새로 블로그를 개설한 사람들도 꽤 많이 늘었다고 한다. 하지만 특유의 폐쇄성은 벗어나기 힘들 것 같다. 추가적인 기능이나 서비스 개선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게 가능했다면, 그 오래된 네이버 블로그의 프레임 안에 프레임 안에 프레임… 구조를 개선했겠지. 개인 도메인을 지원하다가 지원을 중단한 것도 그 부분이 문제가 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 촌스럽게 긴 네이버 블로그 주소를 버릴 수 없다는 점, 네이버 이외 검색에 제한이 걸린다는 점, 네이버 외에 다른 마케팅 툴을 이용할 수 없다는 점 등이 네이버를 추천하기 힘든 이유다. 지난해 네이버 로그인 아이디와 블로그 아이디를 구분하기 시작한 건 잘한 듯. 물론 블로그 아이디를 바꾸는 사람은 많지 않았을 거고, 네이버 아이디와 블로그 아이디를 같이 쓰는 것 때문에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권고 사항을 지켰다는 면피용이었겠지만.

네이버 블로그 주간일기 챌린지 캠페인

주간일기 챌린지
https://campaign.naver.com/weeklydiary/

네이버 블로그 주소 설정 관련 공지
https://blog.naver.com/blogpeople/222880322791

네이버 블로그 주소에 붙는 ‘운영자 ID’ 없어진다 — 비즈워치
https://v.daum.net/v/20220112163106734

KAKAO — 티스토리

이글루스의 서비스 공지가 뜨고 나서 많은 사람이 서비스 지속 가능성을 염려하는 서비스가 바로 티스토리다. Daum과 Kakao의 합병 이후 Daum의 많은 서비스가 종료되었는데, 그때마다 ‘혹시 티스토리도 문 닫는 거 아닐까?’ 하는 우려를 보내고 있다. 애드센스를 통한 수익을 기대하는 사용자로 최근 언론사 기사만큼이나 광고로 도배된 블로그를 보게 되는데 대부분이 티스토리 블로그다. 다만 지난 1월에 발표한 티스토리 이용약관 개정 관련해서 사용자들 반발이 좀 심하다. 변경된 이용약관을 보면 Kakao에서 티스토리 블로그 내에 광고를 게재할 수 있고, 이 광고 노출을 사용자는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티스토리에 애드센스 수익을 받는 블로거들은 티스토리가 자신들의 애드센스 수익을 방해하게 될 거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개인 도메인을 지원하고, 트래픽 걱정 없이 운영할 수 있는 블로그 서비스로 추천할 만하다. HTML / CSS 등에 익숙하고, GTM(구글 태그 매니저), 구글 서치 콘솔과 같은 마케팅 툴에도 익숙하다면 활용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서비스다. 물론 Kakao에서 나중에 출시한 브런치 서비스를 더 키우고 있어서 서비스 종료를 염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티스토리 서비스 소개 페이지

[사전 안내] 티스토리 이용약관 개정
https://notice.tistory.com/2634

KAKAO — 브런치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이라고 하고, 실제 사용자들도 작가로 호칭하면서 나름 까다롭게 가입 신청을 받고 있다. 그런 탓에 네이버 블로그 보다 읽을 만한 글을 많이 볼 수 있다. 최근 발행되는 책을 봐도 저자 소개에 브런치 주소를 노출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작가가 되고 싶은 사용자들이 많다. 꾸준히 브런치 북 출판 프로젝트를 진행해 그 기대에 부응하는 것도 좋은 점이다. 퇴사 후 작가를 꿈꾸는 사용자들의 글을 가장 자주 목격할 수 있는 플랫폼이란 점도 눈 여겨 볼 만하다. 최근 개발자 중에서도 개발 관련 리뷰를 올리는 경우가 있는데, 개발자 블로그로는 최악이라 할 수 있다. 가끔 잘 정리한 소스를 브런치에 올리는 개발자가 있는데, 브런치는 저작권 보호를 위해서 콘텐츠 복사가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있어 좋은 소스를 복사하기 까다롭다. 개발 블로그 운영을 고려한다면 아래 소개하는 Velog도 괜찮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콘텐츠 복사를 옵션으로 변경하는 것과 함께 추가로 제안하자면, 브런치의 매거진에 개인 도메인을 적용해 주면 더 좋을 것 같다. 최근 브런치를 개인 브랜딩을 위한 플랫폼으로 많이 이용하고 있는데, 개인 도메인을 적용해 준다면 더 좋을 것 같다. 브런치가 처음 벤치 마킹했던 Medium 서비스처럼 말이다.

제10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https://brunch.co.kr/brunchbookproject/10

기타 블로그 서비스

국내 서비스가 아니어도 된다면 이글루스에서 갈아탈 수 있는 플랫폼은 조금 더 다양하다. 하지만 서버를 직접 운영해야 하거나, 서비스에서 아직 한글을 지원하지 않아 언어 장벽을 넘어야 하는 정도의 번거로움은 있다.

WordPress

워드프레스는 설치형 블로그로 시작된 서비스이지만, 풍부한 개발자 생태계와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플러그인으로 홈페이지, 포트폴리오부터 쇼핑몰까지 비교적 쉽게 제작할 수 있는 서비스로 확대되었다. 비교적 쉽게 제작할 수 있지만, 실제 개발자가 아니라면 분명 한계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다루기 쉽지 않은 게 단점이기도 하다. 이글루스, 네이버 블로그, 티스토리와는 다르게 워드프레스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서버를 임대해야 한다. 서버 호스팅에서 워드프레스 설치까지는 지원하는 경우가 많지만, 원하는 대로 Theme을 구성하거나 기능을 추가하는 건 오롯이 블로그 운영자의 몫이 된다. 트래픽이 늘어나면 그에 따른 서버 운영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고러해야 한다. 워드프레스닷컴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서버 운영 없이 워드프레스를 이용할 수 있다. 개인 도메인 지원이나 유료 Theme을 이용하는 데 별도 비용을 지불할 의사만 있다면 말이다. 다양한 서비스와 연계도 용이하고 확장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Medium

트위터 창립자가 장문의 콘텐츠를 쉽게 제작할 수 있는 서비스로 시작된 Medium 역시 좋은 플랫폼이다. 브런치 서비스가 초기에 벤치마킹을 많이 한 서비스로 외국의 유명 서비스 블로그로도 많이 이용되고 있다. 구독을 통한 유료 사용자 운영이 가능해서 많은 작가들이 선호한다. 유료 서비스 이용자들에게만 개인 도메인을 지원하거나, 유료 전용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워드프레스처럼 다양한 마케팅 툴을 이용한 커스터마이징은 불가능하지만, 서버 운영 등 기술적인 고민 없이 쉽게 블로그를 운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금 이 포스트가 올라간 블로그도 Medium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Velog

개발자를 위한 블로그 서비스로 한 개발자가 워드프레스 운영 중에 불편했던 점을 개선해서 서비스로 출시했다. 국내 다수의 개발자가 이용하면서 자연스럽게 개발자 생태계가 구축되었다. 개발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마크다운 에디터를 기본으로 제공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개발자 아닌 라이프 블로거가 Velog를 운영한다는 건 공대 과목을 부전공하는 인문학부 학생 같은 느낌이 들지 않을까?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블로그 서비스라 앞으로 발전 가능성은 클 것으로 기대된다. Velog 전에는 Github 계정에 Jekyll을 설치해서 이용하는 개발자들이 많았다. 아직도 블로그를 직접 꾸면서 운영하는 걸 선호하는 개발자라면 깃헙 블로그를 이용하고 있다.

Ghost

고스트 역시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서비스인데, 기존 블로그와는 다르게 콘텐츠를 뉴스레터 형태로 전달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블로그와 함께 뉴스레터를 운영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Ghost에 대한 관심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블로그와 뉴스레터 발송 서비스를 통합해서 관리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 Node.js라는 익숙하지 않은 프로그래밍 언어가 큰 걸림돌이라면, 유료 서비스인 Ghost Pro를 이용하거나, 국내에서 Ghost CMS를 이용해 서비스하고 있는 블루닷을 고려할 수도 있다.

아! Medium, Velog, Ghost는 카테고리를 지원하지 않는다. 대신 태그를 지원하며, 특정 태그를 메뉴에 노출하는 방식으로 카테고리를 대신하고 있다는 점이 기존 블로그 운영자에겐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Tumblr

텀블러 역시 한때 잘 나갔던 서비스였다. 여러 번 인수 과정을 거치면서 커뮤니티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운영팀을 만난 탓에 망가지고 있는 블로그 플랫폼이다. 개인 도메인을 지원하고, 다른 서비스와의 연계도 용이해서 자주 이용했는데, 최근 이용약관이 개편되고 무료 사용자들의 블로그에 서비스 홍보 배너를 강제하고 있다. 배너 없이 운영 중인 무료 사용자는 절대 Theme을 변경하지 말기 추천한다. 그 이유는 나도 알고 싶지 않았다. 이 배너를 제거하는 방법은 역시 유료 결제뿐. 이마저도 언제 서비스를 종료하게 될지 예측하기 힘든 상태라 추천 리스트에서 빼놓느라 마지막에 살짝 추가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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